📝 제7화. 나를 따를 자, 나를 의심할 자
조만도가 사라지고
금장상단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는 떠났다는 소문만 돌았지만
진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상단의 장부를 정리했고,
물류 계획서를 다시 검토하며
조만도의 빈자리를 메워갔다.
“진우 대공자께서
직접 장부를 검토하신다고요?”
“예전엔 이름도 몰랐던 분이…”
사환과 하급 직원들조차
수군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경계했고,
누군가는 존경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한 여인이
진혁의 눈에 들어왔다.
회계 담당 ‘정사현’.
말이 없고 냉정한 눈빛을 지닌 여인.
“이 장부, 어제부로 수정했습니다.
조 사정께서 누락한 거래 명세도
별도 정리해뒀습니다.”
그 말에 진혁은 손을 멈췄다.
“조만도의 누락분…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까?”
“예.
다만 입을 열면 제가 먼저 쫓겨날까
두려웠을 뿐입니다.”
그 담담한 고백에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당신, 내 옆에서 일할 수 있습니까?”
정사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공자님.”
진혁은 드디어 상단 내
첫 ‘진짜 조력자’를 얻었다.
그녀는 수치에 강하고
사람을 멀리하며,
그 어떤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회계와 운송계획,
상품 목록과 원산지 경로를
손수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혁은 조만도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이정상단의 진짜 주인은
이정호가 아니야…’
그 이름, 이정호.
표면상의 상단주였고,
전생에도 진혁은
그와 직접 대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듯,
결정은 느리면서도
결과만큼은 치밀했다.
‘…혹시, 허수아비였던 건가?’
진혁은 문득
하오문에 쪽지를 보냈다.
[이정상단의 상단주 ‘이정호’ 외
주요 결정권자 이력 추적 요청]
그에 대한 답이 오기 전까지
진혁은 금장상단을 먼저
철통같이 다져야 했다.
그리고 내부 회의를 소집해
정사현을 새 장부 총책으로 임명했다.
몇몇 고참들은 수근거렸지만
진혁은 단호히 말했다.
“조 사정의 빈자리를
사심 없이 채울 수 있는 인물은
정사현뿐이다.”
그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정사현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감사합니다.
믿어주신 만큼,
제가 상단을 지켜보겠습니다.”
진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진짜 상단의 이름을 되찾는 건.”
그리고 그는 문득
전생의 마지막 밤,
병상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날의 나에게
지금의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분명,
조금은 웃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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